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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의 묘약 (Medicine for Melancholy, 2008) : 낯선 사람과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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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의 묘약 (Medicine for Melancholy, 2008) ☆☆☆1/2
 

[멜랑콜리의 묘약]은 한 짧은 순간 동안에 관한 영화입니다. 설정은 간단합니다. 전에 만난 적이 없는 두 남녀가 어떤 일을 계기로 그 다음 날 하루 동안 같이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는 익숙한 설정이지만 이 작은 소품은 자신만의 개성과 매력이 있습니다.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나 다름없지만, 도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얘기도 나누는 동안 둘 간의 친밀함은 쌓여져가고 상대방과 함께 있는 순간은 즐겁습니다. 그런 동안 어느 새 그들의 하루는 얼마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일요일 아침, 마이카(와이엇 세낙)과 조앤(트레이시 헤긴스)는 둘이 알고 있는 사람의 집인 듯한 샌프란시스코의 어느 고급 저택의 침실에서 깨어납니다. 집 안에는 맥주 캔들과 술병들을 여기저기 보이는 가운데 그들은 한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전날 밤 술잔치로 인한 숙취로 머리가 뻐근한 가운데. 이들은 간단히 세면을 한 뒤 옷 챙겨 입고 밖으로 나와 빨리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둘 다 잘 기억 안 나니 서로에게 초면이나 다름없는 가운데, 마이카는 조앤을 설득해서 이들은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같이 하게 됩니다. 그는 그녀에게 관심이 있기 때문에 다가가려고 하지만, 그녀는 그가 하는 질문들에 그리 많이 대답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그들은 택시를 같이 타고, 조앤이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내린 후에 마이카는 그녀가 택시에 지갑을 두고 갔다는 걸 발견합니다. 이를 기회삼아 그는 인터넷에서 그녀에 대해 대충 알게 되고(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본명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그녀가 어디 사는지 알려고 하지만 그녀의 면허증 주소부터가 정확하지 않으니 그는 자전거를 타고 이집 저집을 돌아다닌 끝에 조앤의 집을 찾게 됩니다. 본인이 말한 대로 그녀는 무직이고 같이 사는 애인은 큐레이터인데 그는 지금 런던에 일하러 잠시 집을 비우고 있습니다. 한데 마이카가 지적하듯이, 큐레이터의 집 치고는 실내가 썰렁한 편이지만 그가 국제전화로 조앤에게 부탁하는 일을 보면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낯선 사람과 일요일을 함께 보내는 게 그들에겐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이고, 둘 다 이게 잠시만의 일이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를 많이 알지 못하지만 조앤은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달라고 다정하고 귀엽게(정말 그렇습니다) 간청하는 마이카를 마음에 들어 하고, 애인이 부탁한 걸 하러 갈 때 이들은 같이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갑니다. 상당한 교육을 받은 20대 흑인인 그들이 간간히 대화를 나눌 때, 마이카는 미국 흑인들 스테레오타입에 대해서 얘기하기도 하고 조앤은 이에 대해 반박하곤 합니다. 그는 "일요일에 두 흑인들이 같이 있으면 무얼 하는지 알아요?"라고 하면서 자신들이 스테레오타입에 맞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그녀는 이걸 재미있다고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신의 애인이 백인인 점을 그가 건드릴 때 이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들을 보면서 전 문득 그 옛날의 샌프란시스코를 무대로 [현기증]에서 매들린이 스카티에게 "혼자 있으면 돌아다니지만, 둘이 있으면 어디론가 가기 마련이지요."라고 말한 게 떠올랐는데, 그 말대로 마이카와 조앤은 여기저기를 가보면서 마이카가 언급한 스테레오타입과 아주 거리가 먼 일들을 하면서 일요일을 보냅니다.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박물관(Museum of African Diaspora)에 가서 시간을 같이 보내는가 하면, 회전목마에서 잠시 낭만적이고 즐거운 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마이카는 자신의 거처를 보여주면서 그녀에 대해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얘기합니다. 최근에 애인과 헤어진 그는 실내장식을 위한 수조들을 설치해주는 사람이고, 그는 자신이 사는 도시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카스트로 가를 비롯한 샌프란시스코의 여러 구역들이 고급주택화 되어 가는 동안에 원래 주민들을 내몰아 버려서 옛 모습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해 마이카가 걱정하는 것만큼이나 감독 배리 젠킨스도 많이 염려하는 것 같고, 덕분에 영화의 어느 한 시점에서 그는 실책을 잠시 범했습니다. 날은 저물고 저녁거리 마련하기 위해 두 주인공들은 슈퍼마켓에 장 보러 가고 거기서 그들은 장난도 치면서 서로가 괜찮은 상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기도 합니다. 돌아오던 도중에 그들은 쇼윈도 너머로 시민들이 모여서 고급주택화 경향의 문제점에 대해 얘기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의도는 좋았겠지만, 카메라가 이들을 가까이서 보는 순간 그 동안 착실히 쌓은 좋은 분위기가 살짝 깎이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와이엇 세낙은 전에도 여자들을 웃게 하면서 호감을 이끌어냈을 평범한 남자로써 재미있습니다. 많은 순간들에서 마이카는 조앤을 잡아당기면서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고 세낙은 그런 동안에 작은 웃음들을 끌어냅니다(그는 [데일리 쇼]에서 작가로 일하면서 에미상도 받은 코메디언이기도 합니다). 트레이시 히긴스는 그런 그에게 반응하는 정도를 섬세하게 높여갑니다. 처음엔 조앤은 여느 숙녀 분들처럼 자신에게 다가온 낯선 남자의 접근을 차분히 다루지만, 그녀의 얼굴에 웃음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느 장면에서, 많은 것들이 보여 지지 않지만 이는 따뜻하게 에로틱하기 그지없습니다.

  몇몇 순간에서 헛발을 내딛긴 하지만, [멜랑콜리를 위한 묘약]은 근사한 분위기에 푹 절여져 있습니다. 촬영 감독 제임스 랙스턴은 샌프란시스코의 풍경과 그 안을 돌아다니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거의 흑백 필름에 가까울 정도로 탈색된 화면에 담아내어서 외로우면서 꿈결 같은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회색 톤이 화면에 감도는 가운데, 탈색 정도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입은 옷이나 그 외의 다른 사물들의 색 강도도 달라지곤 합니다. 이를 배경으로 젠킨스는 두 주인공들의 감정들을 정확하게 집어내어 전달하고, 그들을 보기만 해도 캐릭터들 간의 상호적 이끌림은 충분히 느껴지니 영화는 겉멋만 부린 티를 내지 않습니다. 서로를 모르는 두 사람들이 만나서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영화는 잘 이해하고 있고 이에 우린 많이 공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도 가끔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그저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을 같이 더 보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 달콤씁쓸한 이야기가 여운을 상당히 많이 남기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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