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잡담(스피드 레이서, 프라이스리스 등등)

. 오늘은 [스피드 레이서]와 [프라이스리스]를 봤습니다. 휴일이니 사람들이 많이 올 때에 대비해서 예매를 했는데 정작 와보니 조용하더군요. 아마 방학 때나 사람들이 많이 오나봅니다.

2. 이번 주에 [리타 길들이기]를 보러 갈까 했지만 다음 주로 미뤘습니다. 고속도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것 같고, 어제부터 추출 작업에 들어갔거든요.  

3. [스피드 레이서]는 겉만 화려하지 속이 텅 빈 영화였고, 설상가상으로 영화는 지루했습니다. (영화 시작 40분만에 시계를 쳐다봤습니다) 화려한 색들로 가득 찬 영화 배경은 처음엔 흥미를 끌었지만 지겨워지기 시작하더군요. 가끔가다 보이는 도시 장면들은 색만 요란하지 그다지 경외감을 불러들이지 않고, 레이서 가족의 집은 그냥 유치하고, 사막과 얼음동굴 같은 장소들은 CG 배경일 따름입니다. 그리고 경주 장면들은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탓에 집중이 불가능해서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오죽하면 딴 사람이 열심히 게임을 하는 것만 보고 있는 기분이었었는데, 처음 경기 장면은 이리저리 플래쉬백을 삽입하니 답답했고 눈에 거슬렸습니다. (전날 밤 본 [트론]의 그 단순한 장면이 더 재미있으리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의 느려터짐과 가끔은 보기 민망할 수준의 유치함은 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듭니다.

그나저나 계속 화면을 돌아다니는 배우들 얼굴을 보면서 [아이언 맨]에게 제가 야박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많이 나와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얼굴이 주는 재미 반에도 미치지 못하거든요. 에밀 허쉬, 크리스티나 리치, 존 굿맨, 수전 서랜든 같은 좋은 배우들이 낭비되는 것을 보니 안쓰러웠습니다. 가끔 이들의 연기력을 볼 수 있지만 결국 평면적 캐릭터들에 갇혀버리더군요. 매튜 폭스나 비에 대해선 그다지 할 말이 없지만, 침팬지와 스피드 동생은 정말 짜증나더군요. 웃기려고 하지만 웃기지도 않고 눈엣가시더군요. 래즈베리 상이 아카데미 상보다 더 기억력이 좋다는 것이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참고로 침팬지는 아직도 극장에서 본 것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로스트 인 스페이스] 이후 최악의 원숭이 캐릭터였습니다.

결국, 저한테는 [스피드 레이서]는 뭔가 특별한 것이 되려고 했지만 정말 밋밋한 133분짜리 패스트푸드 영화였습니다. 요란하고 화려한 것이 꼭 재미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 이 실패작을 제쳐두고 대신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널려 있는데 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월드 오브 투모로우]는 스타일로만 밀고 간 CG 영화이지만 보는 재미가 정말 있고, [스파이 키드]에선 그 유치함을 어른들도 즐길 수 있습니다. 심지어 호랑이 담배 피워 물던 시절의 [트론]도 [스피드 레이서]보다 보기 즐겁습니다. 적어도 [디 워]보다 낫지만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    

P.S.
1. 애니메이션 테마곡을 수용한 마이클 지아치노의 음악은 전작 [인크레더블] 분위기가 연상되더군요.
2. 애들이 주변에 있었는데 이 영화에 대해 그리 열렬하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4. 이렌느는 돈 많은 남자와 결혼하려는 꽃뱀 아가씨입니다. 하지만 백만장자로 생각해서 같이 하룻밤을 보낸 쟝이 알고 보니 호텔에서 일하는 웨이터였습니다. 덕분에 막 잡았던 다른 남자도 놓친 그녀는 딴 곳으로 떠나지만 사랑에 빠진 쟝은 그녀를 따라갑니다. 하지만,  모은 돈을 그녀에게 다 바치고 빈털터리가 돼서 쟝은 곤경에 빠집니다. 그러다가 그는 금방 중년 미망인의 남자친구가 되지요. 이런 가운데 이렌느와 쟝 간의 감정은 서서히 상호적이 되가고 (당연히) 이렌느는 세상에 돈보다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루비치 영화들이 금방 연상되는 [프라이스리스]는 얄팍한 구식 로맨틱 코메디 영화지만 가볍고 유쾌합니다. 비록 소란스러운 코메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는 간간히 웃는 동안 두 주인공들 간의 감정이 트이는 것을 과장 없이 보여줍니다. [아멜리에]와 거리가 먼 매력을 발산하는 오드리 토투와 그에 맞추어 맹한 매력을 보여주는 게드 엘마레는 영화를 이끌어 나가는 동력원인데, 고참인 이렌느가 신참 쟝에게 상대방에게 어떻게 말해주는지 가르쳐주는 장면은 은근한 재미가 있더군요. 딱히 추천할 영화는 아니지만 [스피드 레이서]보다 더 볼만 했습니다. (**1/2)    




5. ER 시즌 11을 거치고 있는 중입니다. 올해 시즌 15로 드디어 막을 내린다고 하더군요. 이 드라마를 끈질기게 붙드는 동안 레이 리오타, 샐리 필드, 앨런 앨다, 윌리엄 H. 메이시, 메리 맥도웰, 제임스 크롬웰, 레드 버튼즈, 로즈마리 클루니, 패트릭 푸짓, 줄리 델피, 탠디 뉴튼 등이 게스트 출연하는 것을 봤었는데, 유명세 타기 이전의 배우들 보는 재미도 있더군요. 다코타 패닝, 샤이아 라보프, 에밀 허쉬, 웬트워스 밀러... 그나저나 마리스카 하기타이가 닥터 그린과 잠시 사귄 그 어벙한 접수 직원 신시아였군요.    


6. 데이빗 마멧의 신작은 배우들 때문에 더 구미가 당기는 군요.
http://rogerebert.suntimes.com/apps/pbcs.dll/article?AID=/20080508/REVIEWS/805080301

7. 결과가 어떻든 간에, 빌과 힐러리 클린턴을 토대로 영화 한 편 더 나올 수도 있겠군요.

http://blogs.suntimes.com/ebert/2008/05/hillary_and_bill_the_movie.html#more

8. 올리버 스톤 신작의 조연 캐스팅이 재미있더군요. 조지 H.W. 부시와 바바라 부시 역에 제임스 크롬웰과 엘렌 버스틴이고, 콜린 파웰에 제프리 라이트라....


9. [아메리칸 드림즈]에서 데니스 퀘이드와 마샤 게이 하든이 조지와 로라 부시 닮은 캐릭터들을 능청맞게 연기했었지요.  


영부인이 남편을 설득할 때...
"You're wondering, what was the point of it all? Why you? Why now? Why did the Lord pick you out of all people? What are your special qualifications? And did the Lord even pick you, or was it just having really, really powerful friends?"

점차 진지하게 머리를 굴려가시는 대통령의 고백
"I've had speechwriters write for me all of my career and advisors telling me what positions to take. I can't even remember why I wanted to get into politics to begin with. I think it's because my mom wanted me to, to show my dad any idiot could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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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atman | 2008/05/10 20:54 | 잡담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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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안녕하세요 at 2008/05/12 12:04
영화보려는데 정말 도움많이되었습니다^^
영화평 자주 읽고 돌아댕기는데 여태 본 영화평중 가장 솔직하고 신랄한게
정말 마음에 듭니다.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안녕하세요 at 2008/05/12 12:05
애들이 주변에 있었는데 이 영화에 대해 그리 열렬하게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에선 무진장 웃었어요 ㅎㅎ

요즘은 딱히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그나마 스피드레이서랑 프라이스리스 중 뭐볼까하다가

아무래도 프라이스리스를 봐야겠네요
Commented by fatman at 2008/05/13 12:01
도움이 많이 되었다니 기분 좋습니다. 감사~

이번 주엔 나니아와 크리스티나 리치 주연의 페넬로페가 개봉하는데 그럭저럭 볼만 하답니다. 페르세폴리스 보실 수 있으시면 적극적으로 추천하겠습니다.

인디아나 존스 4가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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