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 프로젝트 (The Yes Men Fix the World, 2009) : 반응이 없어서 더 흥미로운 장난들 Movies

예스맨 프로젝트 (The Yes Men Fix the World, 2009) ☆☆☆


 별 반응이 안 나오는 코미디가 가끔은 그러한 점 때문에 웃길 수도 있습니다. 다큐멘터리 [예스맨 프로젝트]에서 나오는 장난들의 경우도 대개 썰렁한 결과를 자아내지만 이 경우들은 꽤 별납니다. 조롱하고 풍자하고 놀려 먹는 티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장난 치고 있는 당사자들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나기만 하면 회의장에서는 아무런 주저함도 없이 박수가 짝짝 쳐지고 합니다. 분명 우리가 볼 때는 발표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무계하니 보는 동안 실실 웃음이 나오지만 참석자들은 그걸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기가 막힐 지경입니다.

이런 어이없는 관객들을 목표로 정한 우리의 2인조 코미디언들은 앤디 비클봄와 마이크 보나노입니다(이들의 실제 이름은 Jacque Servin과 Igor Vamos입니다). 그들은 ‘예스맨’이라는 사회 운동 단체를 이끌고 있는데 이들은 주로 ‘Culture Jamming'라는 방법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거대기업이나 정부기관이 사회 불의를 자행하고 있다고 보면 이에 대해 시치미 뗀 장난을 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해서 지난 몇 년 간 그들은 많은 장난들을 쳐댔지만, 사람들을 충격 주고 화나게 하려는 그들의 의도와 달리 그들이 예상한 반응은 거의 나오지를 않았거나 타이밍이 어긋나곤 했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위장술이 너무 효과적이었나 봅니다. 일단 그들은 자신들이 놀려 먹을 회사나 기관의 웹사이트와 비슷한 가짜 웹사이트를 마련하는데, 좀 기다리다 보면 여기에 넘어간 사람들이 그들을 기관 대변인으로서 초청하게 됩니다. 이를 받아들인 그들은 회의장에 들어와서 정말 그 회사/기관의 대변인인 양 행동하면서 참석자들에게 그 회사/기관에 대한 가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거고, 이를 통해 그들은 회사/기관이 홍보와 달리 실제 뭘 하고 있는지를 까발리거나 아니면 그들 정책이 황당하게 막 나간 모습을 태연히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들의 프레젠테이션은 적나라할 정도로 직설적이거나 아니면 완전 허무맹랑하기 그지없지만 이를 듣는 참석자들은 자신들이 뭘 보고 듣고 있는지 모르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예를 들어 석유 회사인 엑손모바일의 경우에 예스맨 일당들은 석유부족으로 인한 해결책으로 'Vivoleum'란 엽기 대체 석유를 제시하는데, 발표가 죽 이어지는 동안에도 참석자들은 다들 이 웃기는 발표를 그냥 덤덤하게 바라보고 있거나 아니면 그저 좀 재미있어하는 반응을 보이지 그들로부터는 기가 막힌 표정이라곤 찾아 볼 수 가 없습니다. 심지어 거의 끝에 가서 예스맨 일당들이 그들을 알아본 주최자 측 경비원들에게 걸려 발표가 중지되어도 대부분 별 상관을 안 합니다. 하긴 비클봄과 보나노가 정말 회사 사람으로 착각할 정도로 멀끔한 외양과 언행을 갖추었으니 그들이 뭘 말하든 간 아주 당연한 양 넘겨짚고 들었겠지요.

이처럼 그들의 완벽한(?) 위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원하는 반응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었지만, 그 덕분에 예스 맨 일당들은 자신들의 공격 대상에 예기치 않은 큰 한 방을 먹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에게 속아 넘어간 사람들 중에서는 BBC 사람들도 있었는데 그리하여 유니언 카바이드를 인수한 다우 케미컬 회사의 대변인으로 위장한 비클봄은 2004년 생방송으로 TV에 등장해서 일을 단단히 저질렀습니다. 1984년 인도 보팔에서의 유니언 카바이드 화학공장에서의 사고로 실제로 그 지역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여파가 지워지지 않음에도 유니언 카바이드가 제대로 보상을 안 했는데, 이제 그 회사를 인수한 다우 케미컬이 유니언 카바이드를 해체해서 나온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비클봄은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발표를 사람들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바람에 다우 케미컬의 주식은 1시간도 안 되어서 폭락해버렸고 그 결과 한 단순한 농담 덕분에 20억 불이 날아가 버리는 희한한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보팔에서 여전히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그 사고의 여파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고려하면 좀 잔인한 농담이었고 본인들도 그런 점을 인정합니다만, 그 일 덕분에 그 부당한 처우에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겠지요. 객관적으로 보여 지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곳 주민들도 이 농담에 크게 화내지 않고 오히려 그런 결과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지요.

그리고 그 와중에서는 거대 기업들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옳은 일을 왜 하려고 들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이 나오기도 합니다. 원인이야 당연히 자본주의 제1교리인 사리추구이고 예스맨 일당들은 그게 좋다고 주장한 밀튼 프리드먼의 영향 아래 놓여 있는 경제 전문가들을 마이클 무어 스타일로 인터뷰하기도 하기요. 장난이란 걸 알고 있을 텐데 세계화나 지구 온난화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 있는 사람이면 어이없어 할 주장들을 꽤 심각하게 말하고 있는 걸 보면 희한하더군요. 바로 다음에 본 마이클 무어의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처럼, 본 다큐멘터리도 고삐 풀린 자본주의가 경제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2003년에 나온 [예스맨]에 이어 본 작품을 만든 비클봄과 보나노는 앞에서 말한 일들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터무니없는 여러 다른 장난들도 쳤고 지금도 계속 그러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미국 상공회 대변인인 양 위장해서 소동을 벌이는가 하면, 핼리버튼 사에서 나온 것으로 위장해 회의장으로 들어 와 ‘서바이버볼’이란 황당무계한 생존용 장비를 보여주기도 했지요(이번에도 사람들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진지한 질문까지도 던집니다). 그들의 코미디들은 못된 구석이 없진 않지만, 그들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고 주위를 둘러봐도 요지경으로 돌아가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에 대해 보통 사람들로 하여금 세삼 느끼고 생각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르는 게 유감입니다. 4대강이야 말로 이들의 홍보가 절실히 필요한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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