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비 (Bobby, 2006) : 정치 재난 영화 Movies

바비 (Bobby, 2006) ☆☆1/2


 [바비]의 중심은 1968년 6월 4일 당시 유력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로버트 ‘바비’ 케네디가 LA의 앰버서더 호텔 주방에서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입니다. 지금도 의문에 쌓인 형의 죽음과 달리 그 사건은 동기가 자세하게 밝혀진 단독 범행이었고, 오스왈드와 달리 범인인 서한 서한은 사건 현장에서 바로 잡혀져서 나중에 열린 재판에서 유죄 판결과 함께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나중에 종신형으로 감형된 서한은 지금도 감옥에 있는데 듣자 하니 그는 내년에 있을 14번째 가출옥 허가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더군요.

로버트 케네디는 베트남 전쟁과 인종 갈등 문제 등으로 안과 밖으로 뒤흔들려오던 60년대 미국 사회를 변화시킬 시킬 수도 있는 희망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죽기 직전까지만 해도 그는 상당히 높은 지지를 받고 있었습니다.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형처럼 대선에서 리처드 닉슨과 대결해서 이겼었을 수도 있었지요. 하지만 본 영화는 그에 관한 전기물이 아니고 그 사건 당시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던 그 때 그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의 케네디는 주로 자료 화면이나 육성 녹음을 통해 등장하거나 할 따름이지 그 중요한 순간에서도 그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지요.

본 영화가 촬영된 이후로 역사 속으로 완전 사라진 앰버서더 호텔을 무대로 감독/각본가인 에밀리오 에스테베스는 그 날 호텔에 있었던 사람들을 연달아 소개하면서 영화를 같은 날 밤의 호텔 무도장만큼이나 북적이게 만들고, [그랜드 호텔]이 언급되는 게 그리 놀라 보이지 않을 정도로 별별 사람들이 앰버서더 호텔 안에서 돌아다니곤 합니다. 노인의 여유로움 속에서 도어맨 존 캐시(안소니 홉킨스)는 자신의 친구 넬슨(해리 벨라폰테)과 함께 라운지에서 체스를 하거나 담소를 나눕니다. 호텔 지배인인 폴(윌리엄 H. 메이시)는 중요한 날을 맞아서 바쁘지만 고용인들이 캘리포니아 대선 후보 선거에 참여하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그 때문에 그의 밑에서 일하는 대릴(크리스천 슬레이터)와 갈등하기도 합니다.

또 언급할 주인공들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폴에겐 호텔 미용사인 아내 미리엄(샤론 스톤)이 있지만 그는 호텔 전화 교환원인 안젤라(헤더 그레이엄)과 바람을 피우고 있는 중입니다. 대릴이 책임지고 있는 주방에서는 주방장 에드워드(로렌스 피쉬번)과 그의 밑에서 일하는 호세(프레디 로드리게스)와 다른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데, 호세는 선거보다는 같은 날에 열릴 야구경기에 대해 더 관심이 많아서 표도 구해 놓은 판에 하필이면 이런 날 무척 바쁘게 된 것 때문에 기분이 나쁩니다. 하지만 한 순간의 즐거움보다 평생 붙잡아야 할 직업이 소중하니 어떻게 하겠습니까.

호텔 안에는 선거운동과 관련된 사람들로 바글바글할 뿐만 아니라 다른 손님들로 바글바글합니다. 케네디의 선거참모진들인 웨이드(조슈아 잭슨)과 드웨인(닉 캐논)은 투표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고, 두 선거 자원봉사자들 지미(브라이너 게라티)와 쿠퍼(샤이아 라보프)는 히피 청년(애쉬톤 커쳐)에게서 산 약을 먹고 해롱거리면서 맡겨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됩니다. 케네디를 소개하는 역할을 맡은 가수 버지니아 팰론(드미 무어)은 매니저인 남편(에밀리오 에스테베tm)와 갈등하고, 승리 축하일지 패배 인정일지 모르는 파티에 참석하러 호텔에 온 중년 부부(마틴 신과 헬렌 헌트)는 권태기에 빠지고, 그리고 징집 면제를 위해 형식상 부부가 되기로 한 윌리엄(일라이저 우드)과 다이앤(린제이 로한)은 신혼여행 삼아서 온 이곳에서 자신들의 관계가 생각보다 진실하다는 걸 발견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바비]는 일종의 재난 영화입니다. 70년대 유행했던 재난 영화에서 재난을 떼낸 후 그 빈자리에 암살 사건이 이식되었다고 상상해 보시면 되지요. 그러니 여느 재난 영화들처럼, 이야기 마지막에 가서 이 미국 정치사의 재난이 터지기 직전까지 우리는 무려 10개나 되는 소 줄거리들이 이리 저리 돌아다니는 걸 지켜봐야 합니다. 캐릭터들은 재난 영화 공식에서 그리 많이 벗어나지 않는 가운데 교통정리가 더 요구될 정도로 이야기는 혼잡하니 드라마의 힘은 떨어집니다. 그러니 예고된 결말의 효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로버트 케네디의 훌륭한 연설이 결말에 잘 곁들여지긴 했지만 영화에서는 케네디는 단지 보이지 않는 우상 그 이상은 아닙니다.

그래도 나온 당시 ‘그 해 최고의 최악 영화’라는 별난 평가를 받을 정도로 영화는 실패이지만 형편없지 않은 볼거리입니다. 이건 주로 비교적 나쁘지 않은 배우 앙상블 덕이 큰데, 이들로부터 별다른 시너지는 나오지 않지만 앞에서 언급한 배우들이 한 영화에서 쫙 모이는 것이야 좋은 광경입니다. 홉킨스, 메이시, 피쉬번과 같은 배우들이야 듬직한 가운데 그들은 자신의 기본기로 밀고 나갑니다. 영화가 나온 후 경력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급변한 로한과 라보프를 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그런가 하면 샤론 스톤과 드미 무어가 한 장면에서 같이 부부관계에 대해 대화를 나눈 장면은 좀 서글픕니다. 둘 다 한 때 잘 나갔었다가 이제 아줌마들이 되어서 입지도 많이 내려앉은 걸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지요.

 여러 번 감독을 한 경력이 있는 에스테베스는 각본을 쓰고 제작비도 끌어 모으기 위해 몇 년 동안 상당히 애를 썼다고 합니다. 그런 노력 끝에 그는 그 시대 분위기를 잘 재현해 낸 썩 괜찮은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성과 자체보다는 시도에 칭찬을 해주고 싶습니다. 이들을 통해 당시 사회의 모습이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궁극적으로 영화는 너무 많은 것들을 하려다가 실패한 인상이 더 많이 남습니다. 적정선을 미리 잘 정했으면 잠재된 가능성을 더 많이 뽑아낼 수 있었겠지만, 영화는 배우들을 왕창 모은 재난 영화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덧글

  • 아ㅏㅇ 2015/06/09 00:44 # 삭제 답글

    이영회봣어요 순간스릴이잇는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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