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Bruno, 2009) : 충격과 경악의 폭소 Movies

브루노 (Bruno, 2009) ☆☆☆


 [브루노]는 경악스러울 정도로 갈 데까지 가는 코미디입니다. 망측하고, 민망하고, 뻔뻔하고, 편협하고, 역겹고, 지저분하고, 추잡하고, 혐오스럽고, 엽기적인 온갖 일들을 죄다 함부로 저지르는 이 막가파 코미디는 이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예의범절 따위는 처음부터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팽개쳐 버립니다. 지금도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들이 화면에서 연달아 벌어지는 꼴들을 보면서 제 입은 절로 벌어졌지만, 그런 멍한 표정은 계속 터져 나오는 폭소들로 인해 이는 끊임없이 사라지곤 했습니다.

근데 이런 못돼 먹고 불량한 코미디를 어디선가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예, 주연 배우인 사샤 바론 코헨은 이미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로 관객들을 불편하게 하고 역겹게 하는 동안에 미국 사회에 대해 가시 돋친 풍자를 했었지요. 지난번에 이른바 카자흐스탄에서 왔다는 불유쾌한 캐릭터로 미국 사람들을 기습했었던 코헨은 이번엔 자신의 또 다른 유명 캐릭터 브뤼노 뒤에 숨어서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릴라 스타일의 모큐멘터리 코미디로 그들을 또 습격합니다.

처음부터 보는 사람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매우 노골적인 스테레오타입 게이 캐릭터인 브뤼노는 오스트리아의 TV 패션쇼 진행자인데, 민감한 부위들만 노출만 안할 따름이지 그의 쇼는 악취미 그 자체가 따로 없습니다. 그가 항공 승무원 애인과 성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광경들은 그보다 더 막 나가지요(세상에, 그 물건이 진짜 엉덩이에 박혀있었을까요?). 그러다가 그는 밀라노에서 열리는 패션쇼에 함부로 취재하러 갔다가 그의 황당한 벨크로 의상으로 비교적 얌전한 편에 속하는 슬랩스틱 코메디를 자행해 관계자들을 불쾌하게 만듭니다. 이 일을 계기로 직장도 잃고 게다가 애인도 잃은 그는 '히틀러 이후로 가장 유명한 오스트리아 슈퍼스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를 짝사랑하는 '자신의 비서의 비서'인 러츠(구스타프 해마스텐)와 함께 LA로 향해 날아갑니다.

이를 시작으로 코헨의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브뤼노의 철면피 수준의 괴상망측함에 어리둥절해 하고 기겁하고 화나게 되는 순간들이 연달아 이어집니다. 사전에 계획되어 연출되어 있는 장면들이 분명 있는 듯하지만, 대부분 아무것도 모르고 코헨에게 당한 경우들이 많습니다. 멕시코 이민 노동자들을 앉을 가구들뿐만 어느 다른 용도(이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로 황당하게 사용하는 장면에 출연하는 폴라 압둘과 같은 연예인이야 본인이 코헨에 대해 알고 있었을 터이니 미리 짜고 하는 코미디였겠지요(마이클 잭슨의 누나 라 토야 잭슨과의 장면은 올해 마이클 잭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삭제되었습니다). 반면에 브뤼노가 하려고 하는 쇼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평범한 설문대상자들은 자신들이 뭘 보게 될지 전혀 모르는 듯 하고, 잠시 후에 그들에게 보여 진 엽기절정의 홍보 동영상에 다들 충격 먹고 격분합니다.

이 정도면 코헨과 감독 래리 찰스([보랏]과 올해 초에 제가 많이 웃으면서 본 빌 마아의 [신은 없다]를 감독했습니다)를 비롯한 만든 사람들이 참 야비하게 보일 지경이고 실제로도 정말 그렇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경악스러움에는 일종의 경탄도 따라옵니다. 막 밀고 나가가는 진짜 대담함과 함께 주위 사람들의 실제 반응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기회는 대부분의 경우 한두 번 이상 주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당한 위험도 존재했을 것입니다. 특히, 아칸서스에서 벌어지는 프로레슬링 경기장에서 브뤼노가 관중들을 격분하게 만드는 행위를 벌일 때 경기장 분위기는 호모포비아적인 분노로 급속도로 살벌해지기도 하는데, 코헨과 다른 사람들이 거기서 어떻게 잘 빠져나왔을까 궁금할 지경이더군요.

이런 도발적이고 뻔뻔한 몰래 카메라식 코미디는 그 말고도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미리 경고 받았음에도 불구 어린 자식이 무슨 상황에게 놓이게 될 지는 전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 듯 부모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신의 애는 문제없다고 하면서 브뤼노가 만들려고 한다는 영화에 기꺼이 자신의 애를 출연 시키려고 하지요. 그에 이어서 브뤼노는 자신이 이른바 입양한 흑인 아기(이름은 O.J. 입니다)와 함께 리처드 베이(아마 그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의 토크 쇼에 나와서 흑인 방청객들에게 매우 쇼킹한 순간들을 안겨 버립니다. 그런가 하면, 2008년 대선 후보에 도전했던 공화당 상원 의원 론 폴은 본 영화 덕분에 자신의 편협함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가 다음 대선에 도전하기는 힘들겠더군요,

[보랏]처럼 [브뤼노]도 이방인 캐릭터의 지저분한 미국 방문기를 통해 통렬하면서도 사람 뒤집어지게 만드는 야유를 날립니다. 몸이 움츠려들고 눈이 절로 돌아가게 만들고 하는 광경이 한 둘이 아니었지만 이 점잖지 않은 코미디는 유명인들 풍조와 미국 사회 내의 호모포이비아를 아주 마음껏 신나게 조롱했습니다. 비록 [보랏]보다 덜 따갑고 표적들 범위는 좁지만 사람 기겁하게 하면서 웃게 만드는 능력은 변함없습니다. 후반부에서 코미디 약발이 떨어지면서 브뤼노가 다른 스트레이트 사냥꾼들과 함께 밤을 보내는 장면과 같은 경우 전반부의 폭소들에 비하면 비교적 썰렁하지만, 동성애자들을 치료한다는 목사님들의 진지한 태도는 정말 가관입니다.

국내에 들어올 때 여러 장면들 때문에 심의에 지장을 끼칠 본 영화는 아마 [보랏]과 그리 다르지 않는 비난을 받을 것입니다. 분명 호모포비아를 비웃기는 하지만, 주인공 자체가 역겨운 스테레오 타입 게이 캐릭터이니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여지가 많다는 얘기가 나올 게 분명하지요. 적어도, 영화는 그런 논란이 무색할 정도의 막가파식 코메디들을 막 갈겨대고 그 요지경들 속에서 보여 지는 사람들 모습에 비하면 브뤼노는 소악당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그는 여느 유명 인사들처럼 세계 평화에 노력한답시고 잘나가는 가수들 모아 놓고 세계 평화를 바라는 노래도 부르기도 하지요. 뭘 노래 부르지는 자세하게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가사 중 일부는 국내 관객들을 화나게 하거나 혹은 낄낄거리게 할 것입니다.


덧글

  • 버룰리노 2013/06/01 03:04 # 삭제 답글

    리뷰 감사합니다. 잘 읽었어요 ^^ 그나저나...
    저는 이 영화가 정말 실제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거 자체가 너무 충격적인 반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어후~
    사람들이 연기하는 것 치곤 너무 리얼해서
    저거 레알임? 하고 있었는데 레알 이었다..니......
    충격충격 개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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