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13번가 (Assault on Precinct 13, 1976) : 현대 도시 웨스턴 Movies

분노의 13번가 (Assault on Precinct 13, 1976) ☆☆☆1/2 

 

4년 전에 나온 [어썰트 13]의 원작인 1976년에 나온 [분노의 13번가]도 사실 리메이크 작입니다. 본 영화는 하워드 훅스의 고전 서부극 [리오 브라보]를 리메이크했는데, 아직도 그 작품을 보지 못했지만(전에 샀지만 여전히 방치해 두고 있는 블루레이로 조만간 볼 것입니다) 고립된 상황 속에서 여러 주인공들이 오월동주해서 위협에 맞서는 기본 설정은 세 영화들 다 똑같다고 들었습니다. 대단하지 않지만 좋은 시간을 갖게 해준 매끈한 상업영화였던 [어썰트 13]에 비해, [분노의 13번가]는 저예산 티가 팍팍 나긴 합니다. 간단한 이야기를 갖고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는 실력은 지금도 가볍게 넘겨 볼 수 없습니다.


첫 장편영화인 [다크 스타]가 돈을 번 뒤 감독 존 카펜터에게 돈을 대겠다는 사람들이 그에게 접근했고 그들은 그가 무슨 영화를 만드는 간에 간섭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 대신에 예산은 제한되어 있었고(10만 달러), 그러니 존 카펜터는 서부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었지만 대안을 택했습니다. 서부 영화의 드넓은 벌판은 인적이 드문 현대 LA의 어느 한 구역으로 바뀌어 진 가운데, 그 구역을 담당하는 낡은 경찰서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영화 속의 LA가 처한 상황은 카펜터 영화답게 그리 밝지 않습니다. 라디오 방송에서 경찰 국장이 상황이 해결될 것이라고 해도 갱들은 여전히 누그러들지 않았고 도심지에서 떨어진 구역에서는 인적이 드문 가운데 갱단 조직원들의 자동차가 조용하지만 위협적인 맹수인 양 돌아다니기도 합니다. 어느 날 오후에 집을 나서서 출근하는 서장 대리 비숍(오스틴 스토커)에게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 중인 경찰서를 밤 동안 관리하는 일은 그리 힘들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조만간 폐쇄될 장소인 그곳은 적은 수의 인원들만 있고 텅텅 빈 곳들이 많이 있습니다(저예산을 위한 확실히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처음엔 모든 게 간단하게 보였습니다. 호송 중에 죄수 중 한 명이 아프게 되어서 호송관들과 죄수 3명이 경찰서에 잠시 머무르게 되지만, 이는 큰 골칫거리가 되지만 않는 가운데 밤은 순조롭게 흘러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찰서 구역 어딘가에서 일이 갑작스럽게 터지게 되었고, 그 일로 인해 공포와 절망에 빠진 한 남자가 갑작스럽게 경찰서로 뛰어 들어오게 됩니다. 이렇게 하여 경찰서는 그 동네 갱단들에게 순식간에 둘러싸게 되는 암담한 상황이 생기게 되고 비숍이나 경찰서의 다른 사람들은 전면전을 선포한 그들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할로윈] 바로 이전인 본 영화에서도 카펜터는 서스펜스를 착실히 쌓아가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 줍니다. 어떤 일이 터질 것임을 미리 암시한 뒤, 그 다음에는 천천히 떠돌아다니는 위협, 그에 대비되는 평안한 경찰서, 호송 중인 죄수들을 교차해서 대비시키는 동안 불안감을 자아내고 그의 [할로윈] 다음으로 유명한 음악이 여기에 동반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스크림 트럭과 관련된 충격적인 일이 터지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합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계속 어렴풋이 들어오다가 드디어 직접 목도하게 된 이 장면은 영화가 얼마나 가차 없고 야만적일지를 처음부터 아주 섬뜩하게 보여줍니다.

  그에 이어 곧 경찰서에 팽팽한 긴장감이 조성됩니다. 그리고 그 투박함에도 불구하고 뇌리에 남는 좋은 액션 장면들이 하나씩 등장합니다. '픽' 소리와 함께 날아온 총알 한 개를 시작으로 해서 경찰서는 소음기 달린 수많은 총들의 표적이 되어버리기도 합니다. 요즘 액션 장면들이나 리메이크 작의 액션 장면들에 비하면 이는 상당히 조용하지만, 카펜터는 적은 예산에도 불구 거칠지만 효율적인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그런가 하면 구석에 몰린 주인공들을 갖고 나름대로의 서부극 드라마를 진행하면서 영화에 유머를 더하기도 합니다(원 포테이토, 투 포테이토.....). B급 영화이다 보니 배우들 질은 평균을 간신히 웃돌지만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오스틴 스토커와 악명 높은 죄수 나폴레옹을 맡은 다윈 조스턴은 맡은 역할에 비교적 충실한 가운데, 경찰서 여직원 리를 맡은 로리 짐머는 그녀가 다른 캐릭터와 대치하는 장면에서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리오 브라보]의 후배이지만 영화엔 동시에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게도 영향을 받은 티가 역력하게 보입니다. 물론 [리오 브라보]의 설정이 로메로의 영화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긴 하지만, 창문을 깨고 들어오려고 하거나 아니면 다른 곳을 통해 들어오려고 하는 끝없이 난리를 피우는 그들을 척 보기만 해도 로메로의 영화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이기보다는 계속 달려들거나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는 위협으로만 보이니, [지푸라기 개]만큼이나 멍청하게 보이는 인해전술로 경찰서를 공략하려고 드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는 없습니다.

  [할로윈]의 공포처럼 [13번가의 분노]의 거친 B급 액션은 여전히 상당한 인상을 남깁니다. 세월이 흘러 영화는 이제 서부극 고전 선배와 매끈한 상업영화 후배 사이에 둘러싸이게 되었지만, 본 작품은 자신만의 개성을 여전히 갖고 있습니다. 저예산의 한계는 간간히 보이곤 하지만, 짧은 상영 시간 동안 이야기는 빠르게 지나가고 화면엔 긴장감이 넘칩니다. 예산대비로 볼 때 정말 효율적이기 그지없는 영화는 나이를 확실히 잘 먹었을 뿐더러 돈만 잔뜩 부어대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들을 정말 부끄럽게 만듭니다. 그냐 무식하게 음향효과로만 관객들을 두들긴다고 장땡이 아니지요.

 P.S.

제목과 달리 영화 무대는 Division 13의 Precinct 9이고 Anderson Precinct라고도 불립니다. 정확하지 않아도 더 불길하게 들리니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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