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Christine, 1983) : 그녀는 아주 나쁜 자동차 Movies

크리스틴 (Christine, 1983) ☆☆☆  


 1980년대는 스티븐 킹의 인기가 급상승하던 때였고 그의 소설들은 영화로 자주 만들어졌습니다. 그 때 나온 작품들 중 하나인 [크리스틴]은 출간도 되기 전에 미리 판권이 팔릴 정도였지요. 그 당시에 이미 [할로윈]로 명성을 얻게 된 존 카펜터는 킹의 다른 소설인 [파이어스타터]를 영화화하는 일이 맡겨졌지만, 막 전에 만든 [괴물]의 미적지근한 흥행 성적으로 인해 제작사인 유니버설 측에서는 그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겼었고, 그 대신 카펜터는 콜럼비아에서 [크리스틴]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카펜터 본인은 결과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본 영화에게는 그가 감독을 맡은 일은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의 가장 무서운 영화는 아닐지언정, [크리스틴]은 말도 안 되는 설정을 시작으로 해서 충분한 공포를 자아냅니다.


 대학 시절에 즐겨 봤던 미국 시트콤 [솔로몬 가족은 외계인]의 한 에피소드에서 사령관 딕이 부관 샐리에게 남자가 어떻게 여자를 끌 수 있는 지에 대한 비결을 알아보라고 하는데, 샐리가 얻어낸 결론은 큰 자동차입니다. 처음엔 그저 어이없게 들리긴 했지만, 이는 되돌아볼수록 이는 뼈있는 코메디입니다. 십대들을 주인공으로 한 미국 영화들만 봐도 자동차는 여자들을 끄는데 중요하고 남학생들에겐 그들이 사귀고자 하는 여학생들보다 자동차가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 [크리스틴]은 자동차와의 그런 밀착된 관계를 비틀어 보는데, 자동차 따위는 바라지도 생각하지도 않은 성장기를 보낸 저에게도 이는 흥미로운 광경이었습니다.

  아, 그것은 말 그대로 첫 눈에 반한 사랑이었습니다. 아니 커닝햄(키스 고든)에게 버려져 있는 낡아 빠진 58년형 플리머스가 우연히 그의 눈에 띠게 되는데 아니는 금세 이 차에 푹 빠져 버립니다. 그의 친구 데니스 길더(존 스톡웰)의 눈엔 폐차 밖에 안 보이니 그는 아니를 만류하지만, 아니는 막무가내인 가운데 자신이 모은 돈을 탈탈 털어서 그 차를 삽니다. 전 주인에 의해 크리스틴이라고 이름 붙여진 그 차를 아니의 부모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아니는 고집스럽게 동네 정비소에서 보관하는 동안 그 차를 수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크리스틴은 기적적으로 그 옛날의 모습을 멀끔히 되찾습니다.

  그리고 아니에게도 변화가 생깁니다. 처음 크리스틴을 만났을 때는 원래는 소심하기 그지없는 안경 쓴 고등학생이니 학교에선 당연히 문제 학생들의 밥이 되곤 한 그이지만, 크리스틴과 함께 있으면서 아니는 아주 확연히 많이 달라집니다. 예전과 달리 반항기와 자신감이 넘치게 되었고, 학교 미식축구 팀 선수인 데니스도 수줍게 접근했던 전학 온 예쁜 여고생 리(알렉산드라 캐벗)과도 금세 사귀게 됩니다. 이러니 모든 게 잘 될 것 같지만, 데니스나 리나 크리스틴에게 경계감을 느끼고 그런 와중에 아니는 날로 갈수록 크리스틴에게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게 됩니다.

  사실, 크리스틴도 아니에게 집착하고 있고 아무도 그 둘 사이에 끼어들기 원하지 않는 무서운 여자(?)입니다. 노래 [Bad to the Bone]가 동반된 영화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이 성질 더러운 자동차는 출고될 때부터 사람 잡았었습니다. 그 차와 전 소유주와의 관계는 나쁜 일들로 얼룩졌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어느 장면에서 역사는 반복되기도 합니다. 어쩌다가 이런 귀신들린 차가 탄생하게 되었는지 설명 안 되지만, 어쨌든 간에 크리스틴에겐 여러 상당한 능력들이 있고 자신에게 안 좋게 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화나게 하는 것만큼이나 바보짓은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여자를 화나게 하는 것만큼이나 현명치 않은 건 없습니다.

  이야기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원 조크 아이디어에 가깝지만, 스티븐 킹 원작 소설만큼이나 카펜터는 그런 우스꽝스러움에 주저 하지 않고 이야기를 확실하게 밀고 나갑니다. [할로윈]처럼 카펜터는 본 영화에서도 처음엔 일상적인 분위기를 미리 탄탄히 조성해 두면서 캐릭터들을 정립해 갑니다. 영화 속 미국 십대들의 세상은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키스 고든(요즘은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과 다른 두 배우들은 그 세상에 잘 들어맞고, 로버트 프로스키와 해리 딘 스탠튼과 같은 관록 있는 조연 배우들도 그들 주변에서 보기 좋습니다. 카펜터는 잘 잡은 와이드 스크린 구도로 화면에 살며시 긴장감을 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는 동안에 크리스틴은 점차 더욱 더 위협적으로 느껴져만 가고 후반부에 들어서면서 이 자동차는 자신의 무시무시한 면을 본격적으로 드러냅니다. 세월이 많이 지난 지금에서 봐도, 이 자동차가 발휘하는 능력들은 CG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그럴 듯하게 보입니다. 이 난폭한 자동차가 자가운전하면서 벌이는 추격 장면들은 황당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잘 신경 써서 만들어 낸 좋은 볼거리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틴은 충분히 무서운 괴물이 됩니다. 그리고 그 옛날 노래들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몰라도 [트랜스포머: 패자의 복수]에 비하면 크리스틴은 음악취향도 좋기도 합니다.

  스티븐 킹의 공포 소설들은 정말 많이도 영화들로 각색되었고 결과물들의 완성도는 오락가락하곤 했습니다. [샤이닝]과 같은 호러 고전이 나오기도 했는가 하면 [드림캐처]와 같이 괜히 만든 작품이 나오기도 했지요. 예전에 케이블 채널에서 후반부만 봤었던 [크리스틴]은 여전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게 확연히 보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썩 괜찮은 각색물입니다. 운전면허도 없는(그리고 스티븐 킹 팬인) 저도 재미있어 했으니 봐 줄 만합니다. 여전히 자동차에 대해 별 생각은 없지만 말입니다.


덧글

  • 손아미 2019/04/27 05:34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한 책을 찾아보다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살고있는 손아미라고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스티븐 킹의 살아있는 크리스티나 책을 찾고 있습니다. 책을 찾고있는 사람은 사실 제가 아닌 Bill Gibbs란 분인데요, 이 분과 제 남자친구는 둘다 그 책/영화를 너무 좋아하는 공통점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Bill은 실제 영화에서 쓰인 크리스틴 차들 중 하나를 가지고 계시며 매년 관련된 공포영화제 행사에서 일하고 계세요. 또 다른 나라에서 번역된 살아있는 크리스티나 책을 수십권째 모으고 계신데 한국버전은 언어장벽이 너무 커서 찾기가 불가능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국인인 제가 많이 부족하지만 대신해서 찾아드리고 있어요. 하지만 저도 미국에서 오래 살아서 이런 책을 어디서 어떻게 구해야할지.. 너무 어려워서 여쭤뵈요! 혹시 어디서 구할수 있을지 도와주시면 정말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또 혹시 가지고 계신데 파시거나 저희가 여기서 구해드릴수 있는 특별한 물건으로 바꾸실 의향있으면 연락주세요! 수고하세요!
    제 이메일 입니다. amyson22895@gmail.com
  • fatman 2019/05/03 14:49 # 답글

    국내에서 옛날에 번역되었지만 현재 절판 상태이지요.

    참고로 전 원서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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