닉과 노라의 인피니트 플레이리스트 (Nick and Norah's Infinite Playlist, 2008) : 뉴욕의 밤을 위해 틀 것은 많다 Movies

닉과 노라의 인피니트 플레이리스트 (Nick and Norah's Infinite Playlist, 2008) ☆☆


 [닉과 노라의 인피니트 플레이리스트]에는 좋은 두 남녀들이 있지만 그들이 제대로 같이 있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건 이 짧은 영화의 러닝타임의 절반도 안 됩니다. 이 선남선녀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면 아마 뉴욕 밤을 배경으로 한 십대 버전의 [비포 선셋]이 가능할 것 같지만, 영화는 이것만으로도 자신 없었는지 딴 짓들을 하지만 이는 대부분 먹히지 않습니다. 로맨틱 코메디로써의 매력은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가운데 좋은 노래들이 사운드트랙에 연달아 등장하긴 하지만, 플레이리스트가 무한하든 말든 간에 전 관심이 없었고 남은 상영 시간에 더 관심 있었습니다.


밴드 "딸딸이들"의 멤버이기도 한 고등학생 닉(마이클 세라)는 최근 여자 친구 트리스(알렉시스 지에나)에게 차인 것을 아직도 극복하지도 못한 채, 오늘도 자신이 구운 CD를 보내서 그녀의 마음을 돌리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가 열렬한 팬인 인디 밴드 "Where's Fluffy?"가 밤에 뉴욕 어딘가에서 공연한다는 소식을 다른 밴드 멤버들로부터 듣습니다. 그 밴드가 공연할 장소에 대한 단서들은 공공 화장실 낙서를 포함한 여러 방법으로 주어지고 일종의 보물찾기 놀이처럼 문제의 장소를 찾아야 되지요. 이런 게 그렇게 인기를 끌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날 밤 닉과 친구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공연 장소를 찾으려고 나서고 어느 한 클럽에서 닉과 노라(캣 데닝스)는 마주치게 됩니다.

둘은 처음 만나는 사이이지만, 사실 노라는 그에 대해 좀 알고 있었습니다. 예쁘지만 속은 이기적이고 못된 트리스가 닉이 정성스럽게 보낸 CD를 아무 생각 없이 던져버리고 그걸 노라가 듣곤 했거든요. 그녀는 그걸 좋아했지만 만든 사람이 누군지 모른 가운데 클럽과 다급히 자신의 남자친구 역을 해줄 사람을 찾다가 우연히 닉을 택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해서 그들은 같이 공연 장소를 찾으려고 할 뿐만 아니라 노라와 같이 온 그녀의 술에 절은 친구 캐롤라인(아리 그레이너)를 찾으러 뉴욕을 돌아다닙니다. 이런 과정에서 둘 간의 감정이 트일 것임은 삼척동자도 눈치 챌 것입니다.

한데 영화는 이들 말고 다른 사람들을 계속 등장시키면서 쓸데없는 잡음을 만들어냅니다. 트리스는 닉이 자신에게 구애하는 것에 별 신경을 쓰지도 않다가 닉과 노라가 가까워지는 걸 보고, 로맨틱 코메디의 여느 이기적이고 못된 전 애인처럼 당연히 야비한 태클을 걸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노라에게는 그녀를 이용해 먹는 음악가인 탈(제이 바루첼)이 있고 트리스처럼 마찬가지로 재수 없는 인간인 그도 이들의 관계 형성을 방해합니다. 그리고 닉과 노라가 돌아다니다 보면 원래 동행했던 사람들이 어김없이 등장하곤 합니다. 남자 주인공의 여자 사귀는 것을 도와주는 게이 친구들은 꽤 신선하긴 하지만 그들도 역시 군더더기 같은 인상을 줍니다.

영화의 가장 전혀 필요하지 않은 건 바로 지저분한 코메디인데 이 때문에 저만큼 짜증나는 분들이 많으실 것입니다. 노라의 술 취한 친구 캐롤라인으로부터 나오는데, 인사불성 수준으로 그녀가 뉴욕을 이리 저리 헤매는 광경은 웃기기보다는 움츠러듭니다. 그러다가 진짜 역겨운 순간이 나오는데, 헤롱헤롱거리는 그녀는 어느 순간 버스 터미널 화장실에서 막 토했고 그러다가 핸드폰과 자신이 씹던 껌을 변기에 떨어뜨렸습니다. 핸드폰을 맨손으로 건진 것은 그렇다 해도(그래도 그게 고장이 안 나는 게 가능합니까?), 그녀는 껌까지 건져냅니다. 문제의 껌이 그 전에나 후에나 여러 사람의 입들을 거쳐 가는 걸 지켜봐야 한다는 걸 여러분들께 미리 알려드리는 게 제 예의일 것 같습니다.

TV 시리즈 [어레스티드 디벨롭먼트]와 [주노](주노의 남자친구였습니다)에서의 수줍은 고등학생 이미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가운데 요즘도 제자리걸음하는 것 같지만, 마이클 세라는 아직은 보기 괜찮은 배우입니다. [찰리 바틀렛]에서 본 적이 있는 캣 데닝스는 영화 속에서 세라와 함께 잘 어울리는 한 쌍이고, 그러니 단지 그들만이 있는 순간들을 보면 영화가 더 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닉과 노라는 바보들은 아니지만 얼간이 같은 다른 캐릭터들에게 휩쓸려버리고, 그러다가 겨우 마음잡고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만 이미 상영 시간은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그건 그렇고, 감정이 분명해졌는데도 왜 망설이는 것일까요? 아마 사운드트랙을 위한 게 아닌가 싶지만.

본 영화는 국내에서는 DVD와 블루레이와 직행했습니다. 블루레이가 비싸기 때문에 더 세심하게 선택하는 저이지만 그러다가 결국엔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는 영화를 고화질로 접하게 되는 건 필연적인가 봅니다. 닉과 노라는 보기 좋은 캐릭터들이고 그들이 돌아다니는 뉴욕의 밤 풍경도 보기 좋습니다. 사운드트랙은 [주노]와 달리 많은 인상을 남기지 않지만 괜찮은 편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고 그 결과 지루함과 짜증은 그런 매력을 가려버립니다. 그러니 [비포 선셋]을 대신 보시든가, 아니면 제목을 보면서 연상되지 않을 수 없는 고전 영화 [씬 맨]을 보는 게 더 좋은 대안이 될 것입니다. 이 영화 닉과 노라와 달리 그 영화 닉과 노라는 참 많이도 마셔대지만 그들은 토하지도 않은 가운데 여전히 재치를 잃지 않았고 영화도 참 재미있습니다.

P.S.

영화가 끝나고도 분홍색 토끼를 따라가라는 밴드 "Where's Fluffy?"가 왜 그렇게 인기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문득 그 옛날 뉴욕을 배경으로 한 [순수의 시대]에서 밴 더 라이든 가족의 입지가 높은 이유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지요. 둘 다 비싸게 굴거든요.


덧글

  • 아항 2013/02/23 00:12 # 삭제 답글

    전 캐롤라인때문에 이 영화가 빛이났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마다 관점이 다른가보네요. 또 뉴욕에 가게된다면 주인공들이 들렀던 라이브클럽에 갈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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