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시절 (2009) : 좋은 때 내리는 비, 좋은 때 우연한 만남 Movies

호우시절 (2009) ☆☆☆


 오래 전부터 멀티플렉스에 갈마다 영화들 여러 편들 보곤 하는 저에게 어떤 영화들은 어느 상황에서는 좋은 휴식이 되곤 합니다. 예를 들어 [300]에 지쳐 버렸을 때, 바로 그 다음에 본 [페인티드 베일]이 저를 안정시켜주었습니다. 그처럼 [호우시절]은 엔드 크레딧에서 인용되는 두보의 시만큼이나 좋은 때 제게 다가온 잔잔한 작품이었습니다. [정승필 실종사건]로 엄청 기분이 가라앉은 저의 기분을 달래 준 것은 그 영화가 끝나자마자 옆의 상영관으로 즉시 이동해서 금세 바로 보게 된 본 영화였습니다. 얼마 안 되어 두 캐릭터들 간의 감정에 절로 몰입하게 되었고 그들을 둘러싼 풍경은 편안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이러니 제가 극장에 갑니다.

건설 중장비회사 팀장인 박동하(정우성)은 지사 방문 일로 중국 청두로 오게 됩니다. 그를 공항에서 맞이한 지사장(김상호)과 함께 그는 두보초당에 가는데 거기서 그는 관광가이드인 메이(고원원)와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동하와 메이는 미국 유학시절 친구들이었고, 소식을 주고받지 않은 지 꽤 됐지만 그들은 금세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그 시절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한데 그들의 기억은 상당히 엇갈리는 편입니다. 자신이 그녀를 사랑했었고, 자신들은 키스를 했었고. 자전거 타는 것도 가르쳐 주었다고 동하가 말하지만 반면 메이는 그러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엇갈림에는 무슨 이유가 있겠지만 여기서 누가 옳은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느 쪽 말이 진실이든 간에, 처음부터 둘 간의 상호적인 감정은 확연히 느껴지거든요. 그들은 같이 있는 게 좋고, 그러니 이곳저곳을 둘러다 보고 식사도 같이 하면서 계속 대화를 나눕니다. 여전히 그들 사이에는 언어와 음식과 같은 장벽이 놓여 있으니 그들의 기억만큼이나 이들은 엇갈린 커플로 보이지만(둘 다 할 줄 아는 언어가 영어이니 영어의 대사들은 대부분 영어입니다), 둘의 사이는 가면 갈수록 가까워져만 갑니다.

 

이들을 따라가는 동안 우린 좋은 것들을 많이 봅니다. 영화는 좋은 사랑 이야기이도 하면서 동시에 좋은 관광 책자 영화이기도 합니다. 일단 메이가 일하는 곳이니 두보초당이 자주 보여 지는 가운데, 푸르른 분위기를 영화 곳곳에 깔리게 하는 대나무 숲이 자주 등장해서 바람결에 스치는 잎사귀들 소리만 들려도 금세 머릿속에 숲이 연상됩니다. 우린 좋은 중국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좋은 한식 레스토랑도 보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시내에서는 작년에 일어난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팬더들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어느 장면에서 덩치 큰 팬더는 마치 팬더 옷을 입은 사람같이 보이기도 하니 더 귀엽습니다.

두 주인공들의 관계가 발전되어가는 과정은 느긋한 흐름 속에서 부드럽게 그려집니다. 정우성과 고원원은 보기 좋은 배우들일 뿐더러 그들 간의 화학 작용은 이에 상당한 역할을 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쉽게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로 만들고, 억양이 섞인 가운데 영어 대사들을 비교적 잘 소화하는 그들의 모습은 보기 재미있을뿐더러 다정다감하기도 합니다. 고원원은 소박하지만 인상을 남길 정도로 매력적인 '사천미인'이고, 김상호는 두 주연 배우들 주변에서 자잘한 웃음들을 자아냅니다. 전에 만난 외국 교수님은 그를 본다면 한국인들 중 일부가 주변 나라 국민들로 착각되는 사례들 중 하나로 들지도 모릅니다.

두 주인공들을 보는 동안 나오는 흐뭇함과 편안한 관광 분위기만 계속 이어가다가 끝나도 그리 문제가 없을 것 같지만, 영화는 후반부에서는 어두워진 가운데 어색해집니다. 그 전까지 이어져갔던 이야기 속에서 조연들의 대사와 메이를 통해 살며시 암시되어 왔기 때문에, 그런 멜로드라마틱한 분위기가 등장하는 게 그리 난데없게 느껴지는 건 아니고 이건 치명적이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작위적으로 끼워 넣은 흔적이 역력히 보이는 가운데 전반부에 비해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호우시절]의 전체적으로 밝고 편안한 인상은 많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조용히 두 주인공들에 집중을 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과장 없이 그려가기 때문에 바탕은 든든하기 때문에 영화의 결점은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감독 허진호는 전작인 [8월의 크리스마스]과 [행복]에서도 두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해 얘기했지만 여기엔 씁쓸함이 깃들었습니다. 반면에 이번 영화에서 그는 상당히 긍정적이고 사랑은 해 볼만하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사전 돼지내장탕이 그리 끔찍하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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