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임 & 시트런 (Flammen & Citronen, 2008) : 덴마크의 그림자 군단 Movies

플레임 & 시트런 (Flammen & Citronen, 2008) ☆☆☆


 온갖 끔찍한 만행들을 2차 세계 대전 동안 저지른 나치는 분명 악입니다. 그러니 이에 대항하는 것은 당연히 선입니다. 하지만 이런 확연한 흑백구별이 있음에도 정작 주인공들은 그 사이의 회색 지역에 놓여 있고 그 속에서 고민하고 지쳐갑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당하다고 믿으면서 목표 대상들을 지시 받은 대로 처단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정당성이 있든 간에, 살인은 결코 쉽지도 않고 그 이후에도 머리에서 쉽게 떨쳐 버릴 수 없는 행위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잡혀 죽을 가능성은 가면 갈수록 높아져만 갑니다.

덴마크 영화 [플레이 & 시트런]은 요즘 들어와 꾸준히 나오고 있는 2차 세계 대전 영화들 중 하나인데, 이번엔 나치 점령 하에서 활동했던 덴마크 레지스탕스 조직원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스 앤더슨과 함께 각본을 맡은 올레 크리스티안 마드센은 실제 두 레지스탕스 조직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는데, 플레임(플라멘)은 염색할 때 실수로 머리가 붉어졌고 시트런(시트로넨)은 시트로앵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면서 활동한 경력 때문에 그들에게 그런 별명들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이 두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가운데 마드센은 본인 자신도 인정했다시피, 멜빌의 [그림자 군단]으로부터 다분히 영향을 받은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전개해 갑니다.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이 있기 직전인 1944년 5월, 플레임(투레 린드하르트)와 시트런([카지노 로얄]의 피눈물 악당보다 훨씬 꾀죄죄하게 보이는 매드 미켈슨)은 코펜하겐을 중심으로 해서 활동하면서 이름을 날리는 조직원들입니다. 상부의 명령대로 그들은 주로 나치협력자인 덴마크 인들을 암살하는데, 플레임이 이들을 총으로 쏴 죽이면 이에 즉시 시트런이 차를 몰고 오고 그들은 신속히 자리를 뜹니다. 그러다가 그들의 처단 대상들은 단순히 배신자들에만 국한되지 않게 되고 그런 동안 그들의 굳은 원칙도 흔들려지게 됩니다. 살인을 기꺼이 할 의지가 있는 플레임은 적어도 여자만은 죽이지 않으려고 하고 이런 일들에 지쳐가는 시트런은 운전사로만 활동하려고 하지만, 어느 덧 그들은 자신들이 정했던 선을 넘게 됩니다.

이런 동안, 그들에겐 서서히 의심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특히, 그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악셀 윈터(피터 미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렇게 신뢰가 가지 않는 인간으로 보입니다. 당시 중립국이어서 좀 더 안전한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가서 그들은 명령 체계에서 좀 더 위에 있는 사람들과 모임을 갖기도 하지만, 많이 얘기해도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에 대해 그리 파악이 가지 않습니다. 한편, 전쟁의 상황이 나빠져 가고 있음에도 불구 게슈타포는 계속 현상금을 높여가면서 플레임과 시트런을 죄어가고 그들은 이들뿐만 아니라 배신자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플레임과 시트론은 비교적 오래 돌아다니면서 활동했습니다. 그 튈 수 밖에 없는 붉은 머리에도 불구하고 모자도 안 쓴 플레임은 나중에서야 모자를 쓰기 시작하지만 쉽사리 붙잡히지 않고 그는 이에 자신만만합니다. 그들과 다른 조직원들이 자주 오는 술집에 게슈타포 대장 호프만([블랙북]과 [발키리]에 출연했고 곧 타란티노 신작에서도 보게 될 크리스티안 베르켈)이 와도 별 일 없기도 하지요. 플레임과 시트론의 목표물들은 중 몇몇은 자신들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위치를 예리하게 꿰뚫어보기도 하는데, 호프만은 그냥 단순한 나치 악당은 아니고 그는 한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기도 합니다.

상당한 제작비를 들여서 만들어진 본 영화에서는 그 시절의 의상, 세트, 그리고 자동차들은 꼼꼼하게 재현된 가운데 느와르 적 영향이 많이 보이고 여기에 팜므 파탈로 정의할 수 있는 캐릭터도 등장합니다. 플레임 앞에 운반책인 케티 셀머(스타인 스텐가데)가 등장하고 그들 간의 감정이 트이면서 사랑이 가능할 수 있어 보이는 듯하지만, 남을 믿는 게 위험하기 그지없는 그 세상에서는 이건 그리 가능하지 않아 보입니다. 액션의 비중은 적지만 영화는 페이스가 탄탄히 유지되는 가운데 지루하지 않고, 주인공들의 앞날이 그리 밝지 않을 것은 서서히 느껴져 가게 됩니다.

2차 세계 대전 동안 지하 저항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분명 자신의 목숨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자주 얘기되어 온 프랑스 레지스탕스도 전쟁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았듯이 나치에 대항한 다른 나라들 레지스탕스들도 그랬고 덴마크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본 영화가 전달해주듯이 그들의 일은 결코 깨끗하지 않았습니다. 플레임과 시트런은 자신들이 옳다고 보지만 그 우울한 세상 속에서 그들은 흔들려 갑니다. 살인과 같은 폭력은 결코 씻어낼 수 없는 일이 아니고 여기엔 예상치 못한 피해가 따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여러 의심들에도 불구 절박하게 자신들의 대의에 매달립니다. 사실, 그 길 밖에 없습니다.


덧글

  • 마토 2019/01/07 00:17 # 삭제 답글

    영화보고 배경지식좀 얻을려고 우연히 방문했어요.
    다른 영화 리뷰도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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