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오버 (The Hangover, 2009) : 라스베가스에서의 숙취와 폭소 Movies

행오버 (The Hangover, 2009) ☆☆☆1/2


 [행오버]는 제목 그대로 술 취한 것보다는 그 다음 날의 머리 빠개지는 고생을 다루고 있는 아주 웃기는 영화입니다. 도입부에서 비교적 평범하게 다가오지만, 일단 한 설정이 딱 잡혀지는 순간 그 이후부터 영화는 연달아 폭소를 자아냅니다. 덕분에, 설정만 대략 알고 있었던 저는 많이 웃으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저드 애퍼토우의 영화들이나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다른 좋은 코메디 영화들처럼 DVD로 그냥 직행할 지 아니면 정식으로 국내 개봉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본 영화에 관해 가능한 한 사전정보 없이 보는 게 가장 많이 웃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웃다보면 주인공들은 어느 덧 한심할지언정 사랑스러운 덜 큰 아저씨들로 다가오고 그러니 그들에게 닥친 문제는 우리에게도 심각하게 다가옵니다. 예, 그들의 문제는 정말 심각합니다.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더그(저스틴 바서)의 친구 필(브래들리 쿠퍼)은 핸드폰으로 더그의 약혼자 트레이시(사샤 바레즈)에게 전화를 거는데, 그는 곧 있을 더그의 결혼식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전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필과 다른 더그의 친구들이 아직도 그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틀 전에 더그와 그의 친구들인 필, 스투(에드 헬름스), 그리고 더그의 미래 처남이 될 앨런(재크 갈리피아나키스)는 총각파티를 하기 위해 라스베가스로 갔었습니다. 트레이시의 아버지가 기꺼이 미래 사위에게 빌려준 메르세데스 벤츠를 타고 이 4인조는 목적지로 기분 좋게 향했고 처음은 모든 게 순탄했습니다. 별 다른 어려움 없이 그들은 그 유명한 환락의 도시에 도착한 다음 호텔에서 비싼 스위트룸을 잡고(하루에 4200달러), 그런 다음 남몰래 호텔 옥상에 올라가서 술 한 잔 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들은 아주 멋진 밤을 보낼 작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 널브려져 누워 있던 그들이 겨우 정신을 되찾았을 때에는 전날 밤에 뭘 했는지에 대해 모두들 기억이 전무하고 머리는 숙취로 띵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리고 깔끔하게 준비되었던 객실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습니다. 소파 하나는 담뱃불 때문인지 타버리고 있고, 바닥에 이것저것들이 널려 있는 가운데 수탉 한 마리가 이들을 깨우지도 않은 주제에 돌아다니고 있고, 화장실 안엔 호랑이 한 마리가 떡 하니 자리 잡고 있고, 그리고 벽장 안엔 한 두 살 쯤 먹은 아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총각파티의 주인공인 더그가 안 보인다는 것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해서 영화는 상황을 배꼽 빠질 정도로 저 아래로 굴려갑니다. 호텔 안에는 더그가 없다는 것이 분명한 가운데, 그들은 필의 팔목에 부착된 병원 팔찌를 시작으로 해서 어젯밤 행적을 알아내려고 하는데 시작부터 이들은 자신들의 행각에 대해 많이 민망해집니다. 주차해서 맡긴 차를 불러와 보니 상황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그들에겐 확연하게 보여 집니다. 가면 갈수록 그들이 정말 사고들 많이 쳤다는 것을 그들은 더 많이 알게 되고 그 중에는 생각보다 상냥한 마이크 타이슨과도 관련 있습니다.   

이들이 무슨 짓들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전 언급하지 않겠지만, 영화는 술 취한 것보다 다음 날의 고생이 더 재미있다는 것을 매우 잘 증명합니다. 술 취한 사람을 보는 것보다 술 취했을 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대개 더 웃기는 편이지요(영화를 보면서 전 [해운대]의 그 민망하기 그지없는 한 장면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보다 더 최악일 수 없을 것 같으면 또 다른 일이 전날 밤에 있었음이 드러나고 이는 주인공들에겐 산 넘어 산입니다. 존 루카스와 스캇 무어의 각본은 계속 연달아 상황을 꼬이게 하고 사태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는 점에서 웃기기도 하지만, 캐릭터들이 내뱉는 대사들도 무척 재치 있으면서도 정곡을 찌릅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각각 뚜렷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고 이들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지만 좋은 코메디 배우들이 맡았습니다. [미드나잇 미트 트레인]의 브래들리 쿠퍼는 그다지 모범적이지 않은 학교 선생님이기도 한 필을 생각보다 좋아할 만한 사람으로 만듭니다. TV 시리즈 [더 오피스]의 팬들은 알아보실 에드 헬름스는 여자 친구에게 쥐여 사는 신세도 부족해서 더 난처한 상황에 처한 소심한 치과의사 스투를 맡은 가운데, 재크 갈리피아나키스는 보기만 해도 재미있습니다. 그는 별나기 그지없는 외양에 걸맞게 별나고 괴상한 언행을 일삼고 하는 앨런을 나름대로 정이 가게 만듭니다. 그의 별난 질문은 제가 십대 시절 커트 코베인에 대해 발표하는 사람에게 자살했을 때 바닥에 뇌수가 널브러졌냐고 물어본 일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헤더 그레이엄도 좋은 조연인 가운데, 마이크 타이슨은 본인으로 웃기게 나와서 자주 보지 못할 광경을 만듭니다.

[행오버]는 웃기는 설정에만 매달리지 않고 그 다음 단계로 계속 뛰어넘으면서 온갖 방식으로 사람 뒤집어지게 하는 코메디입니다. 일은 갈수록 더욱 더 엉망진창으로 드러나지만 이야기는 흔들리지 않고 이를 능숙하게 다루고 처리합니다. 남성 누드나 콘돔을 비롯한 지저분하고 얌전하지 않은 코메디들을 난사하기도 하지만, 결국에 가선 영화는 다정합니다. 남자들 간의 우정은 재확인되고 그들은 다시 한 번 그 사실을 되새깁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일어난 일들은 그 무엇이든 간에 라스베가스 안에서만 머무릅니다.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