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어게인 (17 Again, 2009) : 고등학교로 돌아가다 Movies

17 어게인 (17 Again, 2009) ☆☆1/2


 본 영화의 제목에서 80년대 후반 할리우드에서 꽤나 유행했던 몸 바뀌는 코메디들 중 하나인 [18 어게인]이 연상될 분들이 계시겠지만, [17 어게인]은 [빅]을 거꾸로 돌린 설정에서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어른인 주인공이 이상한 일을 겪어서 다시 17살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이 믿기지 못할 상황을 믿어주는 사람은 당연히 주인공의 가까운 친구 밖에 없고, 그의 도움으로 주인공은 멀쩡한 고등학생으로써 행세하려고 노력하지만, 물론 문제들이 생기지요. 설정부터 그리 신선한 것은 없고 결말은 빤하지만, 영화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유쾌한 코메디입니다.


주인공 마이크 오도넬(매튜 페리)는 1989년의 고등학생 시절 때는 유망한 농구 선수였고 그의 눈앞에는 대학 팀으로 스카웃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여자 친구가 임신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는 창창한 앞날을 기꺼이 버렸고 둘은 결혼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마이크의 삶은 불행합니다. 그 때 임신된 딸이 자신의 고등학교에 들어가 곧 졸업할 이 시점에서 마이크와 그의 아내 스칼렛(레슬리 만)은 곧 이혼하기 직전이고, 마이크는 학교 시절 가까운 친구였던 네드 프리드만(토마스 레논)의 집에서 잠시 얹혀사는 신세입니다. 그리고 그는 승진 기회를 거부당해서 화를 내다가 해고당했습니다.

이러니 마이크는 자신의 모교로 와서 자신이 잘나갔던 그 때 그 시절을 그리워하다가 한 이상한 관리인 아저씨를 만나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마이크는 폭풍우 치던 날 밤 다리 밑에 생긴 커다란 소용돌이 흐름 속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다음 날 아침, 흠뻑 젖은 가운데 의식을 되찾은 그는 네드의 집에 돌아와서 씻다가 자신이 다시 17살이 된 것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랍니다(여기서 매튜 페리는 잭 애프론으로 바뀝니다). 네드는 처음에 마이크를 믿지 않지만 결국 그를 믿게 되고 도와주게 됩니다.

학생 시절 범생들이 대개 그러듯이 세월이 흐른 뒤 돈과 첨단 기술을 손에 쥔 부자가 된 네드는 마이크를 자신의 아들 마크로 위장시켜서 자신들의 모교에 입학시킵니다. 마이크의 아들 알렉스(스털링 나이트)와 딸 매기(미셸 트라크텐버그)가 같은 고등학교 학생이니 그는 자녀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게 되고, 별 놀랄 것도 없이 자신이 알지 못했던 것들을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달리 알렉스에겐 농구부는 끔찍하고 매기는 알렉스를 괴롭히는 불량 학생과 사귀면서 자신의 진로를 망칠 직전에 놓여 있습니다. 이들과 가까워지면서 마이크는 이들을 옳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려고 노력하는데, 매기의 경우엔 엘렉트라 콤플렉스가 연상될 순간이 다가올 거라는 건 여러분들도 눈치 채실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는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이끌어갑니다. 스칼렛은 아들을 잘 대해준다는 친구와 만나면서 그로부터 즉시 마이크의 고등학생 시절 모습을 보는데, 이 때문에 그녀에겐 묘한 감정이 생겨납니다. 나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난처하게 되지 않으려고 하지만, 마이크 는 여전히 스칼렛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한데, 겉으론 둘은 17살 소년과 30대 후반 아줌마이니 문제가 많고 따라서 여러 재미있는 순간들이 나오곤 합니다. 이런 가운데, 네드는 첫 만남 때부터 반한 고등학교 교장 선생님(멜로라 하딘)에게 배꼽 빠지게 열렬한 추파를 끊임없이 던져댑니다. 그들이 결국 천생연분임을 발견하는 것은 스포일러도 아니지만, 그 순간은 영화에서 가장 뒤집어지는 순간입니다.

매튜 페리와 나이만 다를 뿐이지 같은 캐릭터라는 것은 받아들이기에 좀 무리가 있지만, 잭 애프론은 그리 나쁘지 않은 코메디 연기를 합니다. 노래는 안 부르지만 대신 그는 도입부에서 치어리더들과 잘 어울려서 몸을 움직입니다. 그리고 영화에는 좋은 코메디 배우들이 있습니다. 저드 애퍼토우 사모님이고 남편 분 영화들에서 출연해 온 레슬리 만은 자칫하면 민망할 순간들을 잘 해결해 나가고, 토마스 레논은 매순간마다 웃음을 이끌어 내면서 멜로라 하딘과 좋은 호흡을 보여줍니다.

[17 어게인]은 도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적어도 그 테두리 안에서 많이 웃기려고 노력했고 결과물은 꽤 재미있습니다. 저 멀리서도 보이는 빤한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그 와중에서도 여러 덜컹거리는 순간들은 있지만, 영화는 예상보다 절 많이 즐겁게 했습니다. 그나저나, 저는 네드와 많이 동감하는 편입니다. 저한테도 고등학교 시절은 별로 유쾌하지 않은 순간들이 많아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소원은 빌지도 않을 것입니다. 다행히 저는 덩치가 좀 컸고 무덤덤함으로 헤쳐 나갔지만 말입니다. 대학교 시절이라면 재차 고려하겠지만 말입니다.

P.S.

관리인 아저씨를 맡은 브라이언 도일-머레이는 빌 머레이의 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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