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노운 우먼 (La sconosciuta, 2006): 그녀에겐 과거가 있었으니... Movies

언노운 우먼 (La sconosciuta, 2006) ☆☆☆


캠퍼스에서 몇 년 지내는 동안 인문과학과 한 교수님과 가까워졌는데, 저는 가끔 그 분께 여러 영화 DVD들을 빌려 드리곤 했습니다. 그 중 하나는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옵세션]이었는데, 보시고 나서 그 분은 영화 줄거리가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평하시고 영화에서 버나드 허만의 음악이 왜 이리 과장스럽냐고 불평하셨습니다(이 분은 음악과 뮤지컬을 강의하시는 분입니다). 아마, 주제페 토르나토레의 [언노운 우먼]을 보시게 되면 그 분은 또 동일한 평을 하실 것입니다. 본 영화도 납득이 가는 구석이 그리 많지 않지만, [옵세션]처럼 보는 동안이라도 어느 정도 그럴듯하게 만듭니다.


히치콕은 어떤 영화들을 '냉장고 영화'라고 불렀는데, [언노운 우먼]은 이 부류에 속합니다. 이런 영화들은 재미있게 보는 동안 허점들이 보이지 않지만 후에 되돌아보면 이야기 속에 여러 구멍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젯밤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나서, 전 불 끄고 잠자리에 들면서 이리 저리 줄거리를 훑어봤고 그 동안 영화에서 설명되지 않은 점들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시작부터 이미 존재하는 허점들을 극복할 방법은 멜로드라마로 밀고 가는 방법밖에 없었을 것이고, 감독 주제페 토르나토레는 이 스턴트를 잘 해냈습니다.

이탈리아의 한 도시에 들어 온 이레나(크세니야 라포포르트)에게는 숨겨진 과거가 있고 도입부부터 기회만 있으면 계속 삽입되곤 하는 짧은 플래시백들을 통해 우린 그 과거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됩니다. 지금과 달리 그 때는 머리가 금발이었던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인 그녀는 성매매 일에 말려들게 되었고 아주 모진 일들을 당했습니다. 지금은 돈이 어느 정도 있는 가운데(그런데 얼마나 있었는지 전 아직도 헷갈립니다), 그녀는 보석상을 경영하는 아다케르 부부에게 접근합니다. 일단 그녀는 그들의 아파트 건너편 아파트에 정착해서 그들의 집을 지켜보고, 그에 이어 일련의 수법들로 그들의 가정부로 고용되는데 성공합니다.

이레나에게 무슨 목적이 있을까? 가끔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끊임없이 나오는 플래시백들을 보다 보면 동기는 충분히 짐작됩니다. 가정부가 되기도 전에 그녀는 아다케르 부부의 집을 슬쩍 둘러다 보았고, 가정부가 된 후에는 좀 더 자세히 그들에 대한 어떤 사실을 알아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아다케르 부부의 딸인 테아(클라라 도세나)에게 관심을 두고 둘은 가까워지게 됩니다. 이러는 동안 그녀의 과거는 결코 플래시백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에 따른 상황은 더욱 흥미를 자극합니다. 풀리지 않는 점들은 계속 쌓여가지만 말입니다.

이치에 맞지 않거나 별로 그럴듯하지 않은 상황들이 등장하곤 하니, 영화를 보면서 전 과연 플래시백이 정직했을까 생각해 보곤 했습니다. 적어도 영화가 이야기를 멜로드라마로 효과적으로 밀고 가다보니 이는 그렇게 어이없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 외에 [언노운 우먼]은 풀리지 않는 의문들을 다발로 늘어놓기만 합니다. 전 아직도 세 화분들이 왜 중요한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물론 나중에 비밀이 다 드러나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점들은 남았고 또 다른 이치에 안 맞는 점들이 등장합니다. 나중에 등장하는 악당 몰드(미켈레 플라치도)는 다시 생각해 보면 그는 더 쉬운 방법을 택할 수도 있었습니다. 한데 그는 이레냐를 산타클로스 2인조가 공격하게 하는 등 그리 효과적이지 않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과거의 비밀로 동력원으로 삼아서 진행되는 이레냐의 멜로드라마는 영화의 약점들을 많이 보완하고, 크세니야 라포포르트는 좋은 멜로드라마 여주인공입니다. 영화는 의도 하지 않은 웃음과 심각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기도 하는데, 라포포르트는 그리 많은 것을 보이지 않는 얼굴 표정들 속에서 감정을 잘 전달합니다. 특히 이레냐가 테아에게 이른바 훈련을 시키는 장면은 상당히 불편한 순간이고 헛웃음이 나올 수도 있었지만, 감정은 놓쳐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맡았던 여느 스릴러 영화들에서처럼 엔니오 모리코네는 별난 악기 편곡으로 불안함을 자극하다가, 때가 되면 멜로드라마틱해집니다.

탄탄하게 짜인 서스펜스를 기대하셨다면 아마 [언노운 우먼]에게 실망하실 것입니다(그런 것을 원하신다면 [텔 노 원]이나 [트랜스시베리아]를 추천하겠습니다). [언노운 우먼]은 과거의 비밀을 갖고 이리저리 우릴 끌고 가면서 뒷정리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아서 아리송하기도 합니다. 토르나토레는 그다지 납득이 안 가는 이야기를 좋은 멜로드라마로 덮으면서 영화를 꽤 흥미진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교수님께서는 또 어떻게 말이 되냐고 하시겠고 그에 이어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시겠지만, 전 적어도 지루하지 않았다고 응답하렵니다.


덧글

  • 파안 2009/08/20 02:50 # 답글

    그 세 화분은 아레나와 떼아 그리고 그의 아버지, 이렇게 한 가족을 이루고 싶어하는 이레나의 헛된 기대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게 아닐까요?
  • fatman 2009/08/21 02:04 #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그것 말고도 설명하지 않은 것들이 많으니...
  • 2015/02/04 09:03 # 삭제 답글

    세 화분은 건너편 보이는 집에서 자신의 집 위치를 정확히 알아보게 할 수 있는 도구아닐까요 거기에 덧붙여 윗분 의견처럼 상징적으로 사랑했던 남자와 아이 그리고 자신이 함께하는 그림을 화분으로 표현한 걸 수도 있구요.
    전 개인적으로 시나리오가 매우 탄탄한 것 같아요
    다시 보시면 이해가 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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