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더볼 (Murderball, 2005) ☆☆☆☆
이 영화에 대해 알기 전에는 제가 듣지도 못한 장애인 스포츠 경기인 머더볼은 캐나다에서 만들어졌는데 정식으로 ‘Quadripleigic Rugby'(사지마비 장애인 럭비)라고 불립니다(마크 주팬이 말하듯이 ’머더볼‘은 이름 자체가 광고하기엔 좀 찜찜하지요). ‘휠체어 럭비’(Wheelchair Rugby)라고 불리는 이 경기는 럭비에 농구 규칙을 약간 곁들였는데, 골대 없는 것 빼면 농구장 비슷한 공간에서 알루미늄 특수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경기를 합니다. 미국 휠체어 럭비 선수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헨리 알렉스 루빈과 데이나 애덤 샤피로의 다큐멘터리 [머더볼]은 이 경기가 보통 경기들 못지않은 열기에 넘친다는 것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단단한 의지를 바탕으로 돌진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오는 진짜 현실 속 드라마는 굉장합니다.

헤비메탈과 같은 거친 음악이 곁들여지는 동안 영화는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계를 매우 인상적으로 보여줍니다. 휠체어 높이 시선에서 카메라가 빠른 감각으로 잡아내는 경기 장면들에서 공을 잡기 위해 선수들이 몸을 아끼지 않는 모습들은 가끔 아찔하기 그지없습니다. 경기용 휠체어 제작을 담당하는 사람이 '매드 맥스' 버전 휠체어라고 말하는 데 이 말은 결코 농담이 아닙니다. 헬멧도 쓰지 않았지만 그들은 상대방 휠체어에 세게 부딪혀 쓰러트릴 정도로 격렬합니다.
이처럼 경기 장면들도 인상적이지만, 영화의 진짜 중심은 경기장 밖에서 나오는 활력 넘치는 드라마들이고 이들은 웬만한 인간극장 TV 프로들을 금세 초라하게 만듭니다. 2004년 아테네에서 벌어진 장애인 올림픽이 다가오는 동안 영화는 선수들과 그들의 주변 사람들 모습을 담아내었는데, 경기장 바깥에서도 선수들은 정상인들에게 결코 꿀리지 않는 에너지 장군들이고 아주 재미있는 사람들입니다. 고등학교 시절 술 취한 채 픽업트럭 뒤에서 자다가 마찬가지로 술에 취한 절친한 친구 크리스토퍼 이고가 그 트럭을 몰고 음주 운전하다 사고내서 장애인이 된 팀 주장인 마크 주팬은 고등학교 동창들 말대로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투지로 가득한 독종이고 다른 선수들인 앤디 콘, 스캇 호그셋, 그리고 밥 루하노도 각기 다른 이유로 사지장애가 되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활기 넘칩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을 그냥 정상인처럼 대하는 것을 선호합니다(하지만, 우리 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너무 장애인들을 홀대해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부끄럼 없는 대답만큼이나 본 영화도 이들의 성생활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다룹니다. 섹스에 관해서 얘기할 때 주팬과 그의 동료들은 이에 별로 꺼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들 말에 따르면 휠체어는 일종의 호기심 자석이 되어 오히려 여자들이 그들에게 가까이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지마비 장애인들은 대개 성생활은 가능하기 마련이고, 영화는 이에 대한 영상 자료도 보여주기도 합니다(본 영화는 험한 단어들도 기꺼이 담아내었기 때문에 R등급을 받았습니다).

영화는 장애인들이 초기에 겪는 고난들도 잊지 않는데, 이는 최근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가 된 청년 키스 카빌을 통해 보여 집니다. 재활 치료 과정에 상당히 어려움을 겪을 뿐만 아니라 신발 신는 여러 동작들에 서투르게 하는 그의 모습도 안쓰럽지만, 집에 돌아올 때 그는 자신이 이제 옛날의 자신이 아님을 뼈아프게 느낍니다. 하지만 그는 경기 홍보하러 온 주팬과 만나면서 휠체어 럭비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활기를 얻게 됩니다. (DVD 서플들 중 하나인 영화가 나올 때쯤에 이루어진 래리 킹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선수로써 다른 주인공들과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또한 주팬과 그의 동료들은 장애인이 된 이라크 참전 군인들을 방문해서 여전히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는 것을 전달해 주기도 합니다.

감상적으로 빠지지 않고 가식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머더볼]은 인간 의지에 대한 잊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스캇 호그셋은 "우리는 서로 껴안고 감동을 나누는 것을 원하는 게 아냐. 우린 X할 금메달을 원할 뿐이야." 라고 말합니다. 장애라는 장벽은 이미 오래 전에 넘었기 때문에 그것은 본인들에겐 장애가 아닌 지 오래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동정 따위는 관심 없이 목표를 향해 강하고 거칠게 돌진합니다. 영화는 이들의 넘치는 자신감과 에너지, 그리고 긍정적 태도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동안, 이 거친 경기들 전에 이들이 더 힘든 자신과의 전쟁을 치렀음을 잊지 않았고 그래서 이들의 인생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더욱 더 가슴 벅찹니다. 의지가 있으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기 마련입니다.
P.S.
마크 주팬은 2008년 베이징 장애인 올림픽에서 팀 주장으로 활동했고 그의 팀은 금메달을 땄습니다. 조 소아레스는 나중에 미국 팀 코치가 되려고 했지만 결국 영국 팀 코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2008년 장애인 올림픽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는 해고되었습니다.

덧글
제가 영어 원문을 읽을 정도로 영어를 잘하진 못해서요.
혹시 미국에 있으실 때 이 작품 보신 건가요? 상당히 보고 싶은 작품인데, 구하기가 힘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