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뷰 테라스(Lakeview Terrace, 2008): Battlefield Suburbia Movies

 레이크뷰 테라스(Lakeview Terrace, 2008) ☆☆☆1/2

교외 주택가를 무대로 한 가족이 주인공인 미국 시트콤에서 코메디로 써먹는 소재들 중 하나는 이웃집들 간의 다툼인데, 영화 [레이크뷰 테라스]는 이 소재를 아주 진지하고 험악하게 밀고 나갑니다. 예고편과 영화 내용을 대략 접하면서, 경찰관이 위험한 스토커가 되어서 행복한 커플을 공포로 몰아넣는 [불법 침입] 류의 영화를 전 예상했습니다. 그 대신, [레이크뷰 테라스]는 한 LA 교외 주택가를 배경으로 한 이웃집들 간의 갈등을 통해 다른 종류의 탄탄한 스릴러를 제공하면서 여러 흥미로운 점들을 보여줍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조용하게 살아갈 수도 있지만, 그들 내부의 약점들이 자극당하면 그들도 예상치 못한 곳으로 일은 흘러갑니다.

LA 경찰관인 에이블 터너는 LA 교외 주택가 레이크뷰 테라스의 좋은 집에서 두 자녀를 키우고 살아가는 홀아비인데, 자식들에겐 엄격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꼬인 면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여느 하루와 다름없이 자녀들 등교 도와주고 출근하려는 찰나 자신의 옆집에 이삿집 트럭이 오니 누가 이사 오게 되나 그는 지켜봅니다. 한데, 그 집에 살게 된 크리스와 리사가 부부라는 것에 에이블은 못마땅해 합니다. 크리스는 백인이고 리사가 흑인이라는 것에 대한 반감이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간에 그는 크리스와 이웃 간 인사를 나눕니다. 하지만 그날 밤, 에이블은 야간조명으로 크리스와 리사의 잠을 방해하는 것으로 갈등을 야기합니다. 간단한 얘기만 하면 문제는 끝날 것 같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따름이었습니다.

에이블 터너를 인종차별주의자로 볼 수 있지만, 여기서 영화는 흥미를 자극합니다. 왠만한 분은 다 알다시피, 영화에서 사무엘 L. 잭슨이 에이블 터너를 맡았습니다. 기존 영화들이었다면 옆집의 흑인 남편-백인 아내를 못마땅해 하는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의 이야기가 나왔겠지만, 영화 [레이크 테라스뷰]는 그걸 뒤집은 흥미로운 설정을 제시합니다. 작년 가을엔 바락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니, 비슷한 시기엔 헐리우드에서는 사무엘 L. 잭슨이 패트릭 윌슨과 케리 워싱턴이 부부라는 것에 언짢아하면서 그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과정을 그리는 윌 스미스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가 나왔습니다. 세상 참 많이 변했지요?

이 뒤집힌 설정에서 영화는 여러 인상적인 상황을 제공합니다. 크리스와 리사를 환영하는 이웃들 파티에서 참석한 사람들은 에이블 앞에서 대화가 어느 방향으로 민감하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에이블과의 갈등이 깊어지는 동안, 크리스와 리사는 변호사인 리사의 아버지(TV 시리즈 '파이어플라이'로 제게 익숙한 론 글래스입니다)와 저녁식사를 가지는데, 그는 에이블이 경찰이니 크리스에게 불리한 점이 많다고 지적하면서 크리스와 리사가 애를 가질 것이냐고 물어보는데 결코 단순한 질문 같지가 않습니다. 에이블이 크리스와 대화를 나눌 때 똑같은 질문을 하는데 거기에 깔린 뉘앙스가 유사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런 동안, 에이블과 크리스의 갈등은 서서히 깊어져만 갑니다. 처음엔 야간 조명이었지만, 에이블의 자녀들이 그가 생각하기엔 못 볼 것을 보니 그 다음엔 냉방기구가 망가지고 차가 망가지는 등으로 수위는 높아져만 갑니다. 에이블의 적대적 행동에 대해 크리스도 자신이 이를 꼭 해결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이에 맞공격을 가합니다. 못 봐주겠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괴롭힘에서 일은 시작되었지만, 어느 새 둘의 자존심 대결이 되는 가운데 수위는 계속 높아지고 긴장감, 불편함, 그리고 흥미 셋 다가 쌓여갑니다. 영화는 양 방의 시점으로 각각 바라다보면서 이런 보이지 않는 전쟁만으로도 열 받는데 다른 일들로 흔들리는 주인공들을 보여줍니다. 집에서나 거리에서나 자신이 규칙인 에이블은 흔들리게 되고, 크리스와 리사 간의 관계에 균열이 생깁니다. 그런 동안 결국 멀리서 다가오는 산불 연기만큼이나 파국은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이런 팽팽한 심리전은 세 명의 좋은 배우들에 의해 든든히 뒷받침됩니다. 사무엘 L. 잭슨은 유쾌하다가 순식간에 위협적으로 될 수 있는 캐릭터를 능숙하게 연기합니다. 에이블은 싸이코패쓰가 아니지만 남들을 불행하게 만들곤 하는 강압적이고 꼬인 인간입니다. 그가 크리스와 리사를 몰래 지켜보는 모습엔 단순한 못마땅함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거기엔 자신이 평생 일구어 얻은 것을 쉽게 얻은 사람들에 대한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아니면 그 화목한 부부 생활에 대한 동경과 질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패트릭 윌슨과 케리 워싱턴은 사무엘 L. 잭슨 반대쪽에서 무게를 잡아서 이 열띤 드라마를 이끌어갑니다. 크리스와 리사는 서로를 사랑하지만, 에이블 덕분에 그들은 험한 시험을 거칩니다. 특히 장인과 떨어져 이사 와서 사는 것을 고집했던 크리스는 많은 것들을 뼈아프게 체험합니다.

리메이크해서 엄청난 혹평을 받고 흥행에도 실패한 2년 전 작품인 [The Wicker Man]을 보지 않았지만, 닐 라뷰트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재기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기존에 반한 설정으로부터 시작해서 교외 주택가 속의 전쟁에 서서히 가속도가 올라가는 동안, 영화 속 인간들은 삐걱거리고 그런 모습들은 보기엔 불편하지만 거기엔 상당한 흡인력이 있습니다. 결말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할지는 몰라도 그 속엔 곰곰이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이 집단들 간의 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왠지 모르게 섬뜩한 기분이 듭니다. 그 동네 근처에서 대량살상무기를 팔지 않았던 것이 천만다행입니다.

P.S.

영화 제목 [레이크뷰 테라스]는 로드니 킹이 체포된 장소입니다.


덧글

  • 미라클95 2015/08/11 22:21 # 삭제 답글

    저기 흑인남편-백인아내가 아니라 백인남편-흑인아내인데요?
  • fatman 2015/08/15 21:21 #

    "기존 영화들이었다면 옆집의 흑인 남편-백인 아내를 못마땅해 하는 백인 인종차별주의자의 이야기가 나왔겠지만," 이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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